[기부자 인터뷰] 초대권이 없는, 공감으로의 초대
지난 2월 19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한 젊은 음악가의 작품 연주회, 관객들은 표를 사려고 줄을 선다. 어딘가에 입장하기 위해 표를 사는 풍경은 익숙하다. 하지만 ‘초대문화’를 가지고 있는 어떤 곳에서는 결코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이 날의 연주회, 흑백의 비디오 영상, 최소화된 움직임의 무용, 난생 처음 보는 악기의 등장, ‘아름답다’라고 훈련 받아진 익숙한 음악이 아닌 결코 익숙하지 않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주회의 안과 밖, 어쩐지 낯선 이 풍경, 그래서 더욱 끌렸던 그 저녁의 주인공, 신성아 기부자가 봄바람을 머금은 3월의 어느 날 무용가 이윤정님과 함께 공감 사무실을 찾았다.
# 공감하다.
신성아 기부자는 2010년 12월 28일 KBS1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10 ‘낮은 곳에서 공감하다’ 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뭐 사회의식 이런 게 투철한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화되지 못하는 점과 주류문화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 또 그렇게 교육받는 것’ 들이 많은데 공감은 이런 것이 아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지만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도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공감의 활동을 인상 깊게 보아 공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개인 홈페이지에도 기록해 두었다는 신성아 기부자는 이야기 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 있잖아요.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이런 거고.. 뭐 근데 대한민국 국민이라 하는 게 뭐 100%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중국적이나 재외동포 문제도 많고, 북한문제도 많고 특별히 제가 본 것에서는 그러한 문제 때문에 일상적인 일까지 해결이 안 되는 문제도 있고.. 그래서 더 인상 깊게 봤어요. 공감의 인턴십 제도도 흥미롭게 봤고요. 저희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저 같은 경우 학생들을 교육을 하기도 하고 그 연결들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저희 세대들이 우리 윗세대들이 어떻게 했는지 중요하기도 하고… 그것 참 좋은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기회를 주시는 것도 그렇고..“ 그녀를 만난 건 연주회 객석 먼발치에서 한번, 그리고 공감 사무실에서 한번 이었지만 공감이 걷는 길에 대해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있었다.
# 연결하다.
신성아 기부자에게 있어서 이번 연주회는 2007년 이후의 꽤 오랜만의 연주회였다. 작곡, 구성, 대관, 프로그램 기획 등 하나부터 열까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실험적 성격을 지닌 연주회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작품연주회 브로슈어에 쓰여진 ‘신성아, 김영미, 김민석, 이윤정, 장은주, 조태복, 현종찬, 김철희, 오누리, 성경, 이선희 님’ ‘11명’이라는 수적 의미로 환원할 수 없는 정성과 노력을 온전히 공감에 기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희 음악계에서는 ‘초대문화’라는 것이 있거든요. ‘초대권 주면 연주 보러 갈게’ 소위 이런 표현들을 쓰죠.. 일단은 저도 예술가로서 그것은 선선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고 제 딴에는 두 가지를 다 같이 생각을 한 거에요. ‘어떻게 하면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제 생각에는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발전이 있음 좋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이전까지 저는 개인적으로 전문분야 같은 것과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들, 재능기부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고요. 저도 일종의 전문분야이기는 하니까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서 그게 연결이 되어서 좋은 분야가 넓어지는 것이 좋고 그래서 결심하게 되었죠.” 연주회를 함께 한 분들은 어땠을까. 신성아 기부자님이 생각한 ‘연결’고리가 11명, 그리고 그 외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연결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친구들한테 물어봤어요. 오래 작업한 사람들이거든요. 같이 하기로 한 친구들에게 더 서포트를 해줘야 하는 마음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이야기 했는데 저희 친구들, 같이 작업 하시는 선생님들도 당연히 정말 선선하게 좋게 응해주셨어요. 제 이름의 연주회이지만 사실은 이분들이 ‘전문직의 노동기부’를 해주신 거죠. 연주부터 시작해서 스텝 모두가요.”
신성아 기부자가 공연 수익금을 공감에 기부하자고 했을 때 함께 한 무용가 이윤정님은 어땠을까. 사실 기부가 아니었다면 공연 수익의 상당 부문은 이윤정님의 몫이었을 터. 신성아 기부자님과 함께 공감 사무실에 방문한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실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에 저희가 회의를 할 때 언니가 저희한테 줄 수 있는 페이가 얼마 안되고 미안한 마음이니까 티켓 많이 팔아서 제가 많이 가져가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또 누구한테 팔지 고민이 되는 거에요. 그 생각하기도 싫고 빨리 몰입하고 싶고. 모르겠다. 난 계속 작업을 해야지 있었어요. 근데 전화가 와서 ‘공감’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기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공감이 이런 곳이고 어떤 일을 하고 설명을 듣는데, 마음이 한번에 갔어요. “그럼 그렇게 하자~” 이야기를 나누며 신성아 기부자와 이윤정님은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스텝에 대한 고마움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은 공감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전해졌고 이는 공감이 하루하루를 시작할 수 힘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통하다.
초대권 없는 ‘초대’에 응한 관객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서로 다른 전문 분야가 기부를 통해 연결 되었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되었다. 이제 이런 이들, 이들이 만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연결이 궁금해졌다. “실제로 공연 보는 친구들이 굉장히 기쁘게 봤어요. 티켓 관련 때문에 공연하기 전까지 전화 많이 받거든요. 스트레스 받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것 없이 알아서 훌륭하게 보고 가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윤정님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정말도 초대권을 한 장도 발행을 안 했어요. 저희 선생님 세대 분들도 돈 내고 티켓 사가지고 오셨을 정도로 거의 예외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정말 감사하고 제가 그렇게 말씀 드렸을 때 저희 선생님 세대 분들도 좋다고 좋은 생각 같다고 정말 선선하게 말씀해 주셨고, 제 친한 음악계 분들도 좋은 생각이라고 그들도 연주하게 되면 그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보겠다고 얘기 해주셨어요. 어쨌건 간에 저희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미안해하면서 초대권주면서 “와줘.”가 아니라 저희도 정당하게 떳떳하게 오픈 해서 말씀 드리고 오시는 분들도 선선하게 그랬던 것 같아요.
# 복받다.
이쯤 되니 ‘예술가 신성아’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신성아 기부자도 궁금해진다. 학문적 커리큘럼 이외에도 기부나 나눔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아직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획하고 있어요. 일종의 재능기부인데 저희는 연주하는 학생들도 많으니까 저희 지역의 병원이라던가 보육원, 양로시설에서 연주하는 것을 슬슬 시작하려고 하고 있죠. 제가 하고 있는 일들 관련된 정부교육시설을 지원하는 것들 중에 노인복지 중 음악교육, 보육시설의 음악교육 등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있거든요. 우연히 제가 그 지원사업을 하게 되면서 저로서는 처음으로 노인시설이나 보육원을 가본 거죠. 그곳에서 음악을 잘하라고 가르치는 것 보다 인성교육 차원에서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일년에 몇 번씩 가게 되었는데 정말 작은 일들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학생들도 모여서 해봤음 좋겠다. 할 수 있는 한에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 싶어서 하고 있어요.”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신성아 기부자의 가르침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말 재미있겠다. 그리고 복 받았다!
# 함께 걷다.
2월 연주회에 다녀온 염형국 변호사가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나 삶을 구성하는 내용 같은 것이 갈수록 획일화 되잖아요. 주류에만 계속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실험정신을 가진 예술가들도 많이 탄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예술도 다양해지고 발전을 하겠죠.” 이에 신성아 기부자는 “마찬가지죠. 변호사 업계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주류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라던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개척하는 거잖아요. 생전 보지 못한 그런 케이스도 있을 것이고 법 조항에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등등 각종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도 굉장히 다를 것이고, 업종은 달라도 비슷한 거죠.”라고 답한다. 어디인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험정신을 가진 예술가, 희망을 그리는 길을 걷는 법률가. 그리고 문득 다른 길을 걷지만, 함께 내딛는 발걸음만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객석에서 볼 때는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이웃처럼 느껴졌던 신성아 기부자. 그녀가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결코 외롭지 않은 즐거운 길이길 공감이 함께 걸으며 응원한다.
글: 12기 이예화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