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회원 이야기] 나눔을 대접합니다! – 충주비빔밥의 특별한 나눔 이야기
“아이구 어서와, 오늘 우리 생일이야” 계동에서 소탈하기로 소문난 사장님 부부, 넉넉한 품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2013년 10월 7일은 일상보다 더 특별한 날, 충주비빔밥이 창덕궁이 보이는 계동에 자리 잡은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에도 성원해주신 손님들께 감사하다는 의미로 점심을 대접한다는 사장님은 또 다른 선물로 공감과 함께 ‘나눔’을 준비했다. 가을을 알리는 노란 국화와 10월에 생일을 맞은 충주비빔밥의 유쾌한 나눔은 잘 어울리기만 하다.
충주비빔밥 손맛의 비밀
종갓집에서 자라 유년시절부터 음식을 배웠다는 사장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김치를 마스터(!)했다고 한다. 백김치부터 나박김치, 열무김치, 깍두기까지 못 담그는 것이 없었다고. 어린 시절부터 전국의 종갓집을 다니며 한 집에서 10일간 머물며 음식 하나를 배울 땐, 놀고만 싶던 그 마음 꾹 참고 엄하게 배워야만 하는 일이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그 때 그 시절이 지금의 충주비빔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바글바글 끓고 있는 뚝배기에 방금 갓 터뜨린 계란이 익어가는 해장국, 충주비빔밥만의 천연 재료의 맛을 살린 고추장, 새콤달콤한 깍두기와 송송 썰어놓은 김치, 이 외에도 한입 가득 물으면 채소의 향내가 물씬 나는 나물무침의 비밀은 바로 사장님의 종갓집 손맛이었다. 그런데, 이런 출중한 음식 솜씨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빛났던 것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삶을 둥글게 사는 법
“40년 정도 됐을 거야, 봉사활동을 한 지. 젊었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해왔었거든. 봉사활동이라는 게 항상 가시적인 것만은 아니잖아. 보이지 않는 활동을 따져보면, 참 많이 해왔어. 지금도 마을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몰래 가져다 드리고 있어. 이제 많이 돌아가셔서 6분밖에 안 남았지. 쓸쓸하면서도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해드릴 수 있다는 게 기뻐. 그런데 내가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건, 다 여기 손님들 덕분이야”
개업 2주년이 되었을 때, 사장님 부부는 점심을 무료로 대접하고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하고 가시면 좋은 곳에 쓰겠다’는 취지로 조그마한 저금통을 놓았다고 했다. 찾아온 손님들은 한 명, 두 명, 그리고 점차 여러 명이 맛있게 식사한 후에 마음만큼 자유롭게 기부를 하고 갔다. 그 뒤에, 기부처와 기부금의 쓰임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름다운재단과 기부행사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함께하고, 2013년 올해 공감과 함께 준비했다.
모자(母子) 가정에 관심이 많은 사장님은 지금까지 저소득모자가정, 소녀가장 지원을 위해 기부해왔다. 그런데 이번 공감과 함께하는 기부행사의 기부금은 다문화가정의 법률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그는 처음 다문화 가정도, 법률 지원도 다소 생소하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소라미 변호사가 나오는 방송을 봤는데,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으로 살아가는 일도 저소득모자가정처럼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느끼며 기부를 결심했다고.
“소녀가장을 10년 넘게 지원하다보니까, 키울 놈들은 이제 다 커서 이제 어른이 됐어. 먼저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은 모자 가정과 소녀가장이었지. 그러다 도움이 될까, 기부를 시작했어. 다문화가정은 내 가슴에 닿는 게 많이 없던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한 번 텔레비전을 보니까 속상하더라고. 나이지리아에 한국인이 애를 낳아 놓고, 싫다고 두고 온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어.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온 거지. 소라미 변호사가 그 때 상황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알아보는 와중에, 공감이 이런 일도 한다는 걸 알게 됐어”
애써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특히나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마음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언제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는 사장님은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에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사실 매해 기부행사를 열고, 모금액 전액을 기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도 그는 “그게 둥글둥글 잘 사는 법이지”라고 시원하게 말한다. “그게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나아지는 거니까” 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다른 이의 삶 또한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깊게 배어 있었다.
지음(知音)들과 ‘함께 살기’
이런 사장님의 마음을 읽어주는 지음(知音)들이 있었다. 첫 번째 지음은 충주비빔밥 단골손님들인데, 개업 11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꼭 함께하려고 일정을 변경한 손님부터 봉투에 기부금을 정성스럽게 담아 온 분, 일부러 지인까지 대동하여 밥값 대신 기부로 쏘는(?) 분, 그리고 “축하해 ~ 벌써 봉사하는 날이 왔네” 반갑게 인사하는 분까지 손님들 모두 오래된 친구처럼 마음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두 번째 지음은 계동 골목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이다.
“편하게 살고 싶으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일주일 동안 쫓아다니는 한 친구가 있었어. 기업에서 식당을 인수하겠다고 끈질기게 오더라고. 돈 벌고 싶으면 기업이 제의했을 때 줘버리지 않겠어? 아래층에 시식코너 만들고, 여러 음식들 다 갖다 놓고 팔겠지. 그런데, 그러면 여기 골목 상권이 죽어버리는 거잖아. 그 친구한테 말했지, 이 골목은 먹고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인수하고 싶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오라고 말이야.(웃음)”
사장님과 반나절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의 재미있는 습관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골목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 누구에게나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 것이다. 건물을 청소하는 분에게 “어여 와서 밥 먹어, 이모 여기 비빔밥 두 그릇 얼른 준비해줘!”, 식자재를 나르는 분에게 “밥은 먹었어? 뜨끈한 해장국 먹고 가”, 짐을 가득 싣고 가는 택배원분에게도 트럭을 탕탕 쳐보며 “밥은 먹었어?”라고 그냥 보내는 일 없이 안부를 물었다. 홀로 누리는 이익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 그리고 홀로 일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일하는 것을 늘 새기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가을 국화가 아름다웠던 10월 7일, 짧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사장님 부부의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너그러운 인정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0분이 넘는 손님들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 이제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사장님 부부는 기부행사를 준비하느라 한 달 전부터 함께 수고해준 이모님들을 위해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분주한 움직임 안에 무수히 깃들여진 마음이, 그리고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실천하시는 나눔이 공감을 더욱 따뜻하게 했다. 이번 나눔으로 사장님과 손님들이 함께 한 정성스런 마음, 503,000원이 모여 공감에 전달되었다.
“사장님 내외분, 그리고 함께한 손님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글 _ 정소망(18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