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회원 인터뷰] 간극을 메우는, 징검다리가 되고싶은 이기연 기부회원
공감 21기 자원활동가로서 하는 첫 기부회원 인터뷰를 맡았습니다. 첫 인터뷰라 긴장도 됐지만, 필자가 많이 따르던 기숙재수학원의 학습지도 선생님이자, 앞서 공감에서 14기 인턴으로 활동했던 분을 만나는 만큼 조금은 편안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15개월 된 딸아이의 아빠이며,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공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인턴을 마친 후에도 공감이 그리워 종종 사무실을 찾아왔다는 이기연 기부회원. 이 날은 인터뷰를 위해 친정 같은 공감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따뜻했던 14기 인턴시절, 감사(感謝)로서의 기부
[공감] 오랜만에 공감 사무실에 오셨어요. 지금은 많이 친숙한 곳이겠지만 공감과의 첫 만남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14기 인턴에 지원한 계기도 궁금하고요.
[이] 대학 다닐 때부터 인권문제나 사람이 더불어 사는 문제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미디어에서 ‘공감’이라는 단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오랜 수험생활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못하다가 5번째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치르고 ‘더 이상 나이가 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감] 인턴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제가 인턴을 하는 동안에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긴급조치에 대한 공개
변론도 있었어요. 그런 활동들에 참여한 것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변호사님들 및 실장님들과 함께한 일상적인 시간들이었어요. 보통의 직장에서 느낄 수 없는 열린 공간과 격의 없는 동료애, 그리고 인턴들을 데리고 안국동 주변 여기저기 산책 시켜준 전은미 실장님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 인턴 생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공감 인턴 중 아르바이트를 위해 기숙학원에서 2달간 일하느라 슈퍼바이저이셨던 정정훈 변호사님이 준 ‘영주권자의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과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아직까지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감] 인턴을 마친 후 공감에 기부를 시작하셨어요. 어떤 이유에서 공감에 기부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인턴을 마무리 하면서 인턴생활 동안 받은 은혜에 대해서 무엇이라도 작은 감사를 표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액수를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기부자 인터뷰를 하게 되어 민망한 마음이 들지만 향후 여건이 되는대로 더 많이 기부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부’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저는 제게 속한 모든 것이 다 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교회를 다녀서 일수도 있고, 오랜 수험생활 가운데 얻은 깨달음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받는 월급은 순수한 제 노력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사회구조와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의 결과물이거든요. 그런 이유로 저는 제 소득의 적어도 1/10이상은 타인을 위해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난 한 해는 어떤 명목으로든지 그 점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변호사
[공감] 저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호칭보다는 ‘선생님’이 더 익숙하네요. 변호사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일반 송무변호사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용변호사다보니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가끔 평소 소신과 다른 변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험들이 상대방의 입장과 논리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여 나쁘게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공감] 학부 때 공부한 ‘법학’이라는 학문과 실제 현장에서 변호사로서 ‘법’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있을 거 같고요.
[이] 학부 때 법학을 공부하는 건 아무래도 실제 사건기록을 접하고 의뢰인을 만나며 공부한 것이 아니라 피상적인 이해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사건을 단순히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판단으로 인한 파급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분별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시작이지, 끝은 아니니까요.
인권신장의 저변확대 – 연대라는 더 넓은 그림을 통해
[공감] 인턴을 마친 지 약 3년 정도 지났는데 현 시점에서 바라보는 공감은 어떤가요?
[이] 공감이 인권신장의 저변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OB인턴으로서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상당수의 OB인턴들이 배출되었는데 서로 유기적인 연락체제나 모임을 가지고 연대를 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저변을 더 넓혀 가는 모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구성원분들이 워낙 일이 많으셔서 그런 부분까지 챙기기는 좀 힘들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공감] 저변을 더 넓혀가는 모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혹시 인권신장의 저변확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셨나요?
[이] 재정지원의 형태를 구상했어요. 실제로 연수원에 있을 때 공익전담변호사지원기금인 파랑기금을 조성하는데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현재 희망을 만드는 법(약칭 ‘희망법’)이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종희 변호사가 그 수혜를 받고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공익활동을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공익전담이 아니면 아예 무관심해져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공익전담 변호사에게 과중한 기대가 걸려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 때문에 공익전담변호사가 되려는 많은 친구들이 애초에 그 꿈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시각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공익전담 변호사가 받는 급여도 좀 더 상향조정되고, 공익전담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상황에 따라 사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도 자유롭게 용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근무여건이 개선되다 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을 통해 보다 많은 접점이 생겨서 공익활동이 강한 소신을 가진 특정인들의 영역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의 영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염형국 변호사님이 ‘개인의 강한 소신이 지금의 공감을 끌고 온 것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지금까지 공감을 끌어왔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던 것이 생각나요. 이제는 이렇게 함께 해주는 평범한 한 사람을 늘려가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고, 장기적인 저변확대를 위한 재정지원도 다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명의 외로운 100걸음보다 100명의 1걸음이 더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생각과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꿈꾸며
얘기를 들으니 그가 인권신장의 저변확대를 위한 지지자로서 많이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 구체적인 얘기가 듣고 싶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이] “공익에 대한 무관심 아니면 전담”이라는 생각의 간극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재정지원도 이런 징검다리 역할의 일종이구요. 생각의 순수함을 지키다보면 수단의 유연성이 좀 부족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의 순수함만을 주장한다면 사람들 간에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려울 거예요. 덮어놓고 싫어하면 함께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렵거든요. 속된 말로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같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중간에서 이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좀 더 성장하여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채워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공감] 징검다리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향후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법무대학원이 아닌 교육대학원 같은 곳으로 가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법과 사회’ 같은 과목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냥 그럴싸한 말로 학생들을 현혹하는 선생님이 되기보다는 제가 살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학생들에게 내재된 잠재력을 꽃피워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고 있고요. 변호사로서의 역할도 그 중 하나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인권’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 그냥 상식입니다. 내가 사람으로서 받고 싶은 대우만큼 상대방을 그런 존재로 인정해 주는 것. 인권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좀 더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게을러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저 이 정도의 식견밖에는… (웃음)
오랜만에 뵌 선생님은 여전히 스스로를 내려놓는 겸손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착한 사람만이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공익활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완벽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공감’과 함께하는 이유도 그저 ‘공감’이 하는 일과 뜻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공감’이 하는 일과 뜻에 공감하고, 그 뜻을 펼치는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같이 걸어주는 사람, 이기연 기부회원이 있기에 공감이 걸어가는 길은 앞으로도 더욱 든든할 것 같습니다.
글_정다훈(공감 21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