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회원 인터뷰] 다른 길에 서서 응원을 전하다 – 최준우 기부회원
“저는 평소에 그런 쪽으로 많이 고민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깊은 생각을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공감 기부회원 인터뷰를 해줄 수 있을지 물어보자 조금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공감의 활동에 보탬이 된다는 말에 이내 흔쾌히 승낙해준 덕에, 여름의 초입에 최준우 기부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길, 작은 관심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스스로를 “평범하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답했다.
“대학교 다닐 때 군대를 다녀와서 사법시험 공부를 늦게 시작했어요. 나이가 조금 들어서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봉사나 그 비슷한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사내변호사가 되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당시엔 사내변호사가 흔치 않았는데 변호사 사무실보다는 큰 조직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결혼해서 초등학생 딸 둘을 뒀습니다.”
그는 공감의 초창기 변호사들과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로,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음에도 자연스럽게 공감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어디로 진출한다는 정보공유가 되다보니 공감이 생길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았어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법조인이라도 공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고 비법조인은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법조계에 있으면서 그 무렵 동기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친숙한 거고요. 공감이 거의 공익법단체의 효시잖아요? 최근에 기사를 통해서 보니 연수원 출신 공익변호사 중 자체적으로 펀딩하는 경우도 있고 점점 새로운 형태가 생겨나는 것 같은데 그 중 처음이라는 게 의미가 있겠죠.”
공익법활동을 바라보는 시선
변호사라는 직종을 공유하지만 공익인권법활동의 밖에 서 있는 변호사로서, 공익인권법활동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는 연수원에서 환경법학회 활동을 하였고, 지금도 환경에 관심은 많지만 제가 상근활동을 한다면 공감에서 더 일하고 싶어요. 사람이 살기 위해 개발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환경을 둘러싼 갈등은 가치관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다를 수 있죠. 하지만 공감이 하는 일은 소외 계층의 인권 보장처럼 가치관에 따른 이견이 비교적 적은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좋습니다.”
그는 또한 활동가로서 개인이 아닌 단체가 가지는 이점과 역할을 지적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아쉬움도 함께였다.
“변호사가 아무리 많은 숫자가 배출되어도 사각지대가 있잖아요.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몰라서 도움을 못 받을 수도 있고요. 근데 변호사도 직업이니 변호사 개인이 수입 없이 또는 적은 수입으로 모두를 찾아다니며 힘을 보태긴 어렵죠. 그런 문제점을 이미 조직이나 국가기관에서 법률구조공단 같은 형태로 제도화해서 소외계층·저소득층의 송사에 대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저한테 개인적으로 상담하는 분들을 보면 꼭 소외계층이 아니어도 변호사에게 조력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걸 느껴요.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높은 비용에 부담스러워합니다. 이익의 침해, 권리의 침해를 받았는데도 말이지요. 그런 부분을 더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인력이 들어와서 더 많은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기금확대가 되어서 공익변호사가 희망하는 직종이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라고 변호사를 더 많이 뽑고 있는 거니까요.”
‘공익법센터 어필’이나 ‘희망을 만드는 법,’ 그리고 로펌 산하의 여러 법인 등 공익법활동단체가 많이 늘어나고, 새로운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이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하지 못해 공익변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공익변호사가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활동하는 자리가 아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고 싶어할 만한 직종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은 공익인권법운동의 하나의 과제일지 모른다.
공감이 앞으로 더 일했으면 하는 분야가 있는지 질문하자, 그는 웃으며 이미 활동할 계획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리다보니 요즘은 아동복지에 법적으로 기여할 방법에 대해 관심이 간다고 답했다.
행동할 수는 없어도 응원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다른 공익법단체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선뜻 동료들에게 먼저 공감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같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여의치 않아서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네요. 시간을 내어 직접 같이 활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응원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처음 최준우 기부회원에게 인터뷰를 부탁한 건, 법조계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과 공익인권법활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공감을 알게 된 경로는 법조인으로서 남들보다 조금 더 가까웠을지 모르지만, 몸이 함께할 수 없는 곳에 마음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은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른 길에 서 있으면서도 묵묵히 10년 넘게 공감 곁에 후원자가 아닌 응원자로 있어온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글_최현주 (공감 21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