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회원 인터뷰] 만원의 미학을 말하다 – 김영모 기부회원님
유난히 빨리 시작한 지난겨울, 공감은 맛있는 귤 두 상자를 선물 받았다. 감사인사 끝에 요청한 인터뷰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그. 8년 동안 꾸준히 공감에 기부 중인 김영모 기부회원과의 만남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그와 일정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학교 일과 외에도 영재교육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대학 등에서 관련 강의를 맡고 있는 그다. 인터뷰 후에도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행사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일정은 2월 말, 봄방학이라는 이름을 잊은 듯했다.
학교는 추억이 많은 곳이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작은 사회다. 요즘 같아선 세대가, 문명이 충돌하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그가 교사로 재직한 30년 동안 그 작은 사회도 쉼 없이 바뀌고 달라졌을 것이다.
“교사 활동을 한 3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변했어요. 전에 비해 개성이 많이 강해졌지요. 우리나라의 중요한 가치인 효, 충의 가치와 현대의 평등, 인권의 가치가 충돌하여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철학은 유지해야 합니다. 학교는 과거와 현재, 유교적 가치와 개인 존중의 가치가 공존하는 곳이거든요. 다양성 속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저의 교육철학입니다.”
교실 안에서 추억이 많았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교실 밖에서의 추억이 많다. 학교 외의 공간에서 많은 자극을 경험한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쉽지는 않을 터. 그는 교외(校外)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2년간 진행하며 아이들과 경기도 곳곳을 다녔고 지난해 여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독도에도 다녀왔다. 여러 준비에 몸과 마음이 고단했을 법도 한데, 아이들과 공유할 ‘추억’이 있다며 빙긋 웃음 짓는 그다.
매년 새로운 반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한 가지씩을 1년 동안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각인시킨다’고, 그는 표현한다. 그 내용은 ‘인생은 부메랑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 눈을 떠라.’ 등 인생을 위한 명언들이 주를 이룬다.
“교육은 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되면 옳고 그름의 판단의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권, 생명존중, 어른 공경 등의 문제는 그 시기에 교육 효과가 높습니다. 1년 동안 꾸준히 이야기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기억하고 행동이 조금씩 변합니다. 4학년 때 만났던 아이들을 6학년 때 만났는데, 그 전에 보았을 때보다 행동이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해준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요.”
만원의 미학
“마음은 있지만 직접 활동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그는 환경과 아동구호단체, 사회와 인권의 문제를 대하는 단체들에 기부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부를 이어오는 그. 주변에 기부를 권유하는 일에도 꾸준한 그에겐 조금은 특별한 기부 철학이 있다.
“저는 3만 원을 한 곳에 기부하는 것보다 만 원씩 세 곳에 나누어 기부하기를 권합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기부를 하고 있고요. 저는 ‘만원의 미학’이라고 이야기해요. 후배들로부터 배운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법’입니다. 3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부를 권하면 개인에게는 만원이지만 단체에서는 후원자 3명이 되는 거지요. 몇 년 후엔 증액할 수도 있고요. 단체들에도 후원자가 많으면 더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기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 기부를 권유하는 일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필자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 한마디를 밖으로 내지 못하고 주저하던 경험이 허다하다. 비결을 전수받고 싶어 건넨 질문에 돌아온 답은 너무 간단했다. ‘익숙해져라!’
“기부를 권유하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차 익숙해지더라고요. 올해는 12명의 기부회원을 목표로 기부권유를 하려고 합니다. 12명이 60명이 될 수도 있어요. 기부 신청을 한 사람들이 주변에서 주변으로 권유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수년 전, 아름다운재단에서의 시민모금가 활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배웠던 내용을 꾸준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그. 인터뷰 후, 기부신청서를 잔뜩 챙겨갔다.
공평한 세상을 꿈꾸다
“공감을 신뢰합니다. 저는 마음만 보낼 뿐입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할 때, 그는 공감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가 기부해온 8년의 세월만큼, 공감도 자랐고 그의 기부의 크기도 커졌다. 그만큼 신뢰의 크기도 함께 쌓아갔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공존하기를 꿈꾸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는 그. “경제 정의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공감에 대한 바람에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감에서 인권을 위해 노력하시는 점에 대해 경의와 박수를 보냅니다. 소외된 약자와 인권 사각지대에 많은 분이 계십니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은 이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늘 노력하고 계시지만 이런 문제에 조금 더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_ 안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