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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법이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사회를 바랍니다 – 박아롱 기부회원

 

 

  무더운 여름, 공감이 서울을 떠나 나무가 울창한 청주로 향했습니다

  박아롱 기부회원과의 인터뷰가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해주셨던 박아롱 기부회원은 공감을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공감]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아롱 기부회원(이하 박)] 안녕하세요. 박아롱 변호사입니다. 2011년 2월부터 2013년 6월까지는 안산의 법무법인에서, 이후 현재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사이에 15개월 된 아들을 하나 두고 있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합니다.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 처벌만큼 중요한 치유’

 

[공감] 법률구조공단에서 변호사로 일하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박] 저는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 성폭력범죄 피해자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법률지원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어요.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처음으로 채용된 11명의 변호사 중 1명으로, 소정의 교육을 거쳐 2013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청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 기간 중에는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님으로부터 강의를 듣기도 했어요.

 

[공감] 형사소송에선 피고인에 대해서만 국선변호사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약간은 생소하네요.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 아무래도 생긴 지가 얼마 안 된 제도라서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012년 3월 16일에 아동·청소년인 성폭력 피해자가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제도가 처음 시작될 당시 명칭은 ‘법률조력인’이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 6월 19일부터는 모든 성폭력 피해자로 지원 대상이 확대되고 명칭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바뀌면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 업무만을 담당하는 변호사를 법무부가 위촉하도록 하는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을 변호하는) 국선변호사들과는 달리 저희는 법무부의 위촉을 받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으로 일한다는 점이 그 차이입니다. 작년 9월 29일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 피해아동도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감] 성폭력범죄 피해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법률지원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셨는데, 다른 영역의 범죄 피해자들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박] 아직은 성폭력, 아동학대 피해, 두 영역에서만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미흡하지만 범죄 피해에 대해 법률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점차 제도의 범위가 확대될 추세입니다.

 

 

[공감]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서 일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박]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거창한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요. 다만, 변호사 일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그런 생각이 강해지던 차에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이 되었고, 좋은 기회에 일을 맡게 되었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공감] 일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하실 때는 언제인가요?

 

[박] 사건 특성상 대부분의 피해자 분들이 재판이 끝난 뒤엔 더 이상 사건을 생각하고 싶지 않으셔서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고 말씀드릴게요. 우선, 피해자 분들이 가해자를 처벌하길 원하셔서 신고를 하면 일이 시작됩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 수사가 시작 될 때부터 판결이 확정되어 사건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 분들을 돕는데요. 그 과정에서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피해자 분들이 치유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중에 사건이 끝났을 때, 처벌 유무를 떠나서 피해자 분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씀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공감] 피해자를 위해 변호를 하는 과정에서는 주의해야할 점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 피해자와의 의사소통이나 공감을 하는데 있어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박]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편하게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해요. 사건 특성상 피해자분들이 아동, 청소년, 장애인, 여성, 빈곤층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 분들을 저와 다른 사람으로 보고 특별하게 대우하면 오히려 벽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제 나름대로 격의 없이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공익인권법 활동과 공감 – 법이 사람을 소외하지 않길’

 

[공감] 2009년부터 공감에 기부를 하셨으니까, 햇수로 하면 7년 동안 공감과 인연을 맺고 계신데요. 처음에 공감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박]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2007년경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 후배들 중에 공감 자원활동가로 활동했었던 후배도 있었고, 활동 중이었던 후배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에 찾아봤는데 한 명은 3기, 한 명은 8기네요. 대학생활을 하고, 연수원 입소를 준비하고 각자 바쁜 일이 많았을 텐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공익활동에 쏟는 아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선뜻 그들과 함께 할 용기를 내지 못했었어요. 게으르기도 하구요. 그러다 2009년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즈음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다가는 ‘행동하고 싶다’는 마음조차 점차 잊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부터 해보자’는 마음에서 소액이나마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7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소액이라서 부끄럽네요.(웃음) 이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공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감] 혹시 특별히 관심 있는 인권 분야가 있으신가요?

 

[박] 현재는 주로 ‘여성’, 특히 아동·청소년이거나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학대의 대상이 된 아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감] 공감을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돕는 일을 하시는 입장에서 ‘공익인권법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박] 노인, 장애인, 이주여성, 성소수자 등 법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함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오히려 법으로 인해 더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변호사 또는 법률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위해 일하려면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니까 그런 현실을 보면 참 갑갑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희생을 감수하면서 인권증진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께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있고, 비록 한정된 범위이기는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법률적인 지원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의 활동을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공감] 박아롱 기부회원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무엇인가요?

 

[박]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인권’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보편적인 의미보다는 제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서 구체화시키자면 ‘선임료를 마련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인권’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최근 화제가 된 일에서 찾아보면, 얼마 전 미연방대법원에서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잖아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어떤 성소수자 분께서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들은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군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더군요. 한때 자신이 같은 성별의 연인과의 결혼을 강하게 소망했던 일, 이후 한참 후에야 자신의 그러한 소망이 연인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깨달았다는 자책에 대한 이야기하며 미국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일이 더 이상 상대방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게 된 것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아직 미안해하고 계신 작성자 분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에 마음이 얼얼했는데요.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않고, 나의 지향과 의사에 따라 누구든지 사랑할 권리’도 인권의 구체적인 내용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감]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공감이 이렇게도 활동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나요?

[박] 제가 감히 어떻게 활동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항상 감사드리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홈페이지에 나온 구성원 중 한 분의 이야기처럼 법조인들 사이에 공익변호사가 매력적인 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이 개선되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누군가 꾸준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더욱 감사한 일이죠. 오랜 세월 공감과 함께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박아롱 기부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청주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갑니다.

 

글_정다훈 (공감21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