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회원 인터뷰]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며 – 김우연 기부회원
날이 몰라보게
쌀쌀해지고 가을비가 내리던 날, 공감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우연 기부회원님을 만났습니다.
공감과
함께한 시간
김우연 기부회원님과
공감의 인연은 5년 전 겨울,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공감 인권법 캠프에 참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해에는 공감의 자원활동가로
지원하여 활동하였는데, 매 업무마다 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공감 구성원 덕분에 좋은 변호사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며 공감에 대한
기억을 나눠주었습니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에 관한 외국 자료를 번역하는 업무를 했었는데, 흥미로운 주제라서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노동자보다 인격적인 종속이 강한데,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지요. 이후로도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원활동 경험으로
맺어진 인연이 기부로 이어졌는데, 법조인이 되어 첫
월급을 받아 공감에 기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원활동경험으로
사무실 사정을 조금 알기 때문에 늘 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했습니다. 가치 있는 일이니 저도 어떻게든 돕고 싶었고,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커피
한 잔씩 사 드린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지요.”
변호사가
되기까지
현재 그녀는
법무법인에서 공정거래 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의 길에 발을 들이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사실은 학부
때부터 ‘꼭 변호사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졸업 후에도 자원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진로고민을 깊이 한 편입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했었는데, 그 때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가 법조인이 되어야 할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외부 10학점’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다양한 과외활동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와 사회의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능한 법조인이
되는 것 못지않게,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 법조인이 될 것인지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조인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니까요. 리걸클리닉에서 국제인권보호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재단법인 동천의 공익프로그램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공감,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로펌에서의 실무수습과 학회활동 경험이 그 자체로 공부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학업의 방향과 동기를 부여하는, 일종의
선순환을 이루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 계신 김지형 전 대법관님께서 ‘변호사는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자신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제가 이직을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일하는 법무법인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장려하는 문화가 있어 법무법인에 있으면서도 손쉽게 다양한 공익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진정한
‘인권’이란
그녀는 ‘인권’이란
누군가 응당 가져야할 권리이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숙제인 것 같다고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인권이란 그 가치를 앎으로 인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짐을 하나 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권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한테 인권은 노력하여 짊어질 만한 ‘아름다운 의무’입니다.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소개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에 빗대어볼까 합니다. 평화로운 동네 어딘가에 갇혀있는 한 아픈 소녀에 관한 이야기에요.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소녀가 방치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굳이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겉보기에 평온하게 살아간다는 설정입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힘든 것. 저에게는 그게 인권인 것 같아요.”
그녀는 광화문
근처에 살고 있는데 그래서 자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는 ‘행복하지 못해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슬프고 화난
사람들을 늘 지켜보는 게 힘들지만, 모르거나 잊어버린 채 사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바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마음 불편한
것을 택하고 싶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은
그의 저서에서 “폭력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이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우연 기부회원님의 ‘인권’에 대한 생각 속에서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의 하루 안에 얼마나 많은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지, 그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공감에게
그녀에게
기부회원으로서, 또 공감의 이전 자원활동가로서 공감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지금 이대로만 해주셔도 정말 충분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이대로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다. 지금껏 해 오신 것처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겠습니다. 늘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지금까지 타인과
공동체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 공감도 그녀의
길의 응원하며 함께하겠습니다.
글_신준하(공감
22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