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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무료변론, 월급 170만 원에도 즐거운 5人의 변호사들 (동아일보)

소수자 무료변론… 월급 170만 원에도 즐거운 5人의 변호사들 
[동아일보   2006-02-20 03:19:36] 


[동아일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共感)’의 변호사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도와 온 자신들의 활동이 별것 아니라고 말했다. 한번쯤 자랑할 만한데도 모두 말을 아꼈다.

 

공익소송을 지원하는 변호사 단체로는 국내 첫 번째인 공감이 지난달로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주인공은 염형국(廉亨國·33·사법시험 43회) 소라미(蘇羅美·여·32·〃) 정정훈(鄭晸勳·36·〃) 김영수(金永受·37·〃) 황필규(黃弼奎·34·〃 44회) 변호사 등 5명. 이들은 변호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포기한 채 2004년 1월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성매매 피해 여성, 장애인 등에게 무료로 법률상담과 소송지원을 해 오고 있다.

 

▽“가난하지만 부자인 변호사”=A 변호사는 국가에 환수된 한 문중의 땅을 찾아주는 소송을 대리해 70억 원을 성공보수로 받은 사실이 밝혀져 최근 화제와 논란이 됐다.

 

하지만 공감 변호사들은 공짜로 소송을 대리하기 때문에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지 않는다. 이들은 “소외된 사람들이 권리를 찾는 것이 성공보수”라고 말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열정과 노력은 큰 데 비해 공감 변호사들이 받는 대가는 적다. 월급으로 받는 170만 원이 전부다.

 

그래서 공감 변호사들은 웬만한 직장인보다 가난하다. 자녀가 셋인 염 변호사는 전세를 구할 형편이 못 돼 부모 집에 얹혀산다. 소, 김, 황 변호사는 전셋집에 살고 있고, 대출을 얻어 집을 샀던 정 변호사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황 변호사는 “로펌보다 야근을 덜할 줄 알았더니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며 “아내에게 생활비 100만 원을 주고 남은 70만 원 가운데 절반은 택시비로 쓴다”고 말했다.

 

▽공익소송 불모지에서 소중한 결실=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 산하기관으로 출범해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에 둥지를 튼 공감은 2년간 소중한 열매를 많이 맺었다.

 

공감이 최근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대리한 소송은 총 84건. 법률자문 등 지원 활동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난해 12월에는 성매매 업주와 사채업자에게서 5500만 원의 빚을 갚으라는 요구에 시달리던 성매매 피해 여성 6명을 대리한 소 변호사가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또 지하철 승강장에서 떨어진 시각장애인의 사건을 의뢰 받아 철도공사에서 5700만 원의 배상금을 받도록 했다.

 

▽“인권 브로커가 공감의 목적 전파”=공감에는 이들 변호사 5명과 간사인 전영주(全英珠) 씨가 있지만 ‘인권 브로커’라 불리는 예비 법조인들도 있다. 이들은 공익소송을 널리 알리기 위해 법대생과 사법연수원생들로 구성된 ‘무급 인턴사원’이다.

 

공감은 22일 창립 2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사회가 저희에게 변호사로 일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저희가 가진 걸 돌려줘야죠. 약자의 시각에서 공감하고 실천할 때 사회가 더 정의롭고 건강해지지 않겠어요?”

 

공감 변호사들은 오늘도 사회의 그늘을 비추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02-3675-7740,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910001-07637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