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권활동을 열심히 하는 선배 변호사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변호사는 드물었습니다. 인권활동가, 피해자들이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는 만만한 변호사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한 지인에게 말했습니다. “수임료도 없는 공짜 변호사, 가장 만만한 변호사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네요.” 그 지인이 말했습니다. “가진 것 없고, 잃을 것 없고, 받을 것 없다면 겁 없이 뭐든 할 수 있겠네요. 뭔가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는 가장 만만치 않은 변호사가 되겠네요.”
세월호참사가 벌어지고 진도로 향했고 안산에 머물렀습니다. 생에 한 번쯤은 마음 가는 곳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느낌, 피해자들이 계속 힘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곁에 있어야겠다는 다짐.
나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법을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할 정도는 되는 사람, 가족들의 분노와 불신, 권력의 감시와 공격이 자신을 향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고 그 자리를 지킬 사람. 그리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의 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할 사람. 그 아이들은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하더라도 그런 만만한 변호사 하나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